영유아의 정서발달
영유아의 정서발달
정서의 표현과 이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정서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현하기 위해 정서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영아기는 정서의 기본이 확립되는 시기로, 이때 형성된 정서표현능력과 다른 사람의 정서에 대한 이해 능력은 자아개념 및 사회관계 발달의 기초가 된다. 유아가 되면 정서의 표현이 다양해지고 타인의 정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유아의 정서발달을 자세하게 알아보자.
정서의 표현
일차정서
1) 기쁨
- 미소를 잘 짓고 많이 웃는 영아는 양육자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기쁨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영아와 양육자 간의 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후 몇 주 되지 않은 신생아도 미소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잠을 자는 동안 미소를 짓거나 부드러운 소리나 촉감에 대한 반응으로 미소를 짓는다. 이는 기쁨의 정서를 표현하는 미소가 아니라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인해 미소처럼 보이는 것으로 배냇짓이라고 한다. 생후 2~3개월 정도가 되면 양육자의 얼굴을 보고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사회적 미소가 나타난다.
2)분노
- 분노의 정서는 생후 4~6개월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만 2세 정도가 되면 최고조에 이른다. 이 시기의 영아는 점차 자율성을 갖게 되어 이전보다 더 많은 경험을 스스로 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욕구가 좌절되는 경우가 많아지면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분노를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을 분노발작이라고 하는데, 바닥에 누워 소리 지르고 숨이 멎을 듯 울거나 주변 사람을 떄리거나 발로 차고, 물건을 던지는 것과 같은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분노발작은 점차 줄어든다.
3)공포
-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은 영아는 대부분 안전한 환경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몇 가지 선천적인 공포 반응 외에는 공포의 정서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하면서 공포의 정서를 느끼게 되는데 사각 절벽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2~3개월 된 영아는 높은 곳에서 깊이를 지각할 수는 있지만 공포를 나타내지 않지만, 영아가 기기 시작하면서는 공포를 느낀다. 이는 영아가 기어다니면서 높이가 있는 곳에서 떨어져 보거나 양육자가 높은 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어 학습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영아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공포는 애착 대상과 분리되는 것에 대한 불안 또는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불안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이차정서
- 영아의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 18~24개월 무렵이 되면 일차 정서는 이차 정서로 더욱 세분화된다. 이차 정서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지과정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자아개념이 발달되어야 가능하므로 자아의식적 정서라고도 한다. 즉 자부심, 수치심, 죄책감과 같은 이차 정서는 영아가 자신을 인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 유아기가 되면 정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일반적으로 유아들이 가장 많이 표현하는 정서는 ‘흥미’ 또는 ‘기쁨’과 같은 긍정적 정서이다. 유아들의 놀이 상황을 관찰했을 때 이러한 정서들이 가장 많이 발견되었는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항상 주변 상황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특별히 놀이할 때는 몰입을 하게 되므로 진정한 즐거움의 경험이 수반된다. 한편 유아들은 욕구가 좌절되거나 불쾌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분노를 표현하고,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낄 때 슬픔을 표현하는데, 최근에는 분노와 슬픔과 같은 부정적 정서 표현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맥락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공포는 ‘귀신’, ‘괴물’과 같은 공상적이거나 무서운 사건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동물도 많은 유아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 정서의 이해
-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의 정서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정서발달의 중요한 부분이다. 영아는 일찍부터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정서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어서 생후 2~3개월 정도 되면 행복, 슬픔, 분노, 공포, 놀람과 같은 표정들을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서로 다른 정서를 표현하는 표정이 다르다는 것만 인식할 수 있을 뿐, 표정을 통한 의사소통의 기능을 이해하여 정서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4~8개월 정도 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이 긍정적인 정서의 표정을 지으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부정적인 정서의 표정을 지으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데, 예를 들어 양육자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영아는 미소를 짓고, 화난 표정을 지으면 얼굴을 찌푸리거나 우는 반응을 보인다.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이해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발달한 8~10개월 무렵이 되면 낯설고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정서적 단서를 구하는데, 이를 사회적 참조라 한다. 사회적 참조란 영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찾기 위해 양육자의 표정이나 목소리에 담긴 정서적 의미를 찾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참조는 엄마와 영아의 애착이 얼마나 안정적인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엄마와 회피 애착을 형성한 영아는 안정 애착을 형성한 영아보다 사회적 참조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서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주된 참조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가 사회적 참조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서의 이해는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달하게 되는데, 영아기 동안 표정이나 목소리의 변화로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인식할 수 있었다면, 유아기에는 다른 사람이 표현하는 정서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이전보다 더욱더 잘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기쁜 표정을 짓는다든지,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는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알게 된다. 유아는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를 대체로 정확히 구분하지만 슬픔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 간의 구분은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키는 상황은 주로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나는데, 사회적 관계는 매우 복잡한 것이어서 동일한 상황에서도 슬픔과 분노가 같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유아는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